시니어의 건강/시니어 건강 치매

치매 환자가 가족을 의심하고 물건을 훔쳤다고 하는 이유는?

노을 누리 2026. 8. 8. 20:06

 

시니어 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가족을 의심하고 물건을 훔쳤다고 하는 이유는?

“분명히 제가 챙겨드렸는데 어머니는 자꾸 제가 물건을 가져갔다고 하세요.” “아버지가 지갑을 잃어버리고는 가족 중 누군가 훔쳐 갔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의외로 많이 겪는 상황입니다. 평소 가족을 믿고 의지하던 분이 어느 날부터 자녀나 배우자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가족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고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내 돈을 훔쳐 갔다”, “누가 내 물건을 가져갔다”, “가족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면 보호자는 억울한 마음까지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을 단순히 고집이 세졌거나 성격이 나빠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기억력과 판단력,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자신이 경험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실제 사실과 다르지만 환자에게는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믿음을 망상(delusion)​이라고 합니다. 치매에서는 의심이나 피해망상 형태나타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왜 치매 환자는 물건을 훔쳐 갔다고 생각할까?

가장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는 지갑이나 현금, 열쇠, 안경, 휴대전화 같은 물건을 평소와 다른 장소에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물건을 찾으려고 하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족이 함께 찾아주더라도 물건을 놓은 과정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거기에 두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내가 분명히 가지고 있었는데 없다.”

“내가 다른 곳에 둔 기억은 없다.”

“그렇다면 누군가 가져간 것이다.”

이처럼 기억의 빈자리를 ‘누군가 훔쳐 갔다’는 설명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도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가져갔다고 믿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 환자에게는 그 의심이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족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분명히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는데 왜 저렇게 확신하지?”

치매 환자의 망상은 단순한 거짓말이나 일부러 가족을 괴롭히는 행동이 아닙니다.

환자 본인에게는 실제로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누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연결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불안과 혼란이 더해지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황을 해석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족이 아무리 “아니야. 우리가 안 가져갔어”라고 설명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사실을 설명하는 것보다 환자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먼저 이해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의심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치매가 진행되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매일 함께 생활하는 자녀나 배우자인데도 순간적으로 낯선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이 왜 우리 집에 있지?”

“저 사람이 내 물건을 가져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식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가족과 친구를 알아보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망상이나 편집증적인 의심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가 가족을 의심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가족을 싫어하거나 원망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익숙했던 사람을 낯선 사람처럼 느끼는 뇌의 변화가 의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 ‘도둑맞았다’는 말은 불안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는 자신의 기억력과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찾던 물건이 사라지고 주변 상황까지 낯설게 느껴지면 불안해집니다.

이때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누군가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더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NIA치매 환자의 편집증적 의심이 기억력 상실과 관련될 수 있으며, 자신이 겪는 상실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의심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므로 “또 훔쳐 갔다고 하네”라고만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이분이 무엇 때문에 불안한 것일까?”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 가족이 사실관계를 따지면 오히려 상황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환자가 “당신이 내 돈을 가져갔잖아”라고 말했을 때 보호자는 억울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가 언제 가져갔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반박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환자는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지능력이 이미 떨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족의 강한 반응을 보고 “역시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NIA는 치매 환자가 망상이나 편집증적인 의심을 보일 때 사실관계를 놓고 논쟁하기보다 환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돕고,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는 방법을 권고합니다.

 

여섯 번째, 그렇다면 가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감정을 받아주는 것입니다.

“돈이 없어져서 많이 걱정되셨구나.”

“안경이 안 보여서 속상하시죠.”

“같이 한번 찾아볼까요?”

이처럼 환자가 느끼는 불안과 속상함을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네, 누가 훔쳐 갔어요”라고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환자의 감정은 인정하되,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논쟁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다음 함께 물건을 찾아보십시오.

찾지 못하더라도 다른 이야기나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곱 번째, 물건을 잃어버리는 패턴을 미리 줄여보자

치매 환자가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에는 일정한 특징이 있습니다.

안경, 열쇠, 지갑, 휴대전화, 리모컨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물건은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현관에 열쇠 보관함을 만들고, 안경은 침대 옆이나 거실의 정해진 장소에 놓도록 하는 식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여분을 마련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NIA 역시 안경이나 열쇠처럼 자주 잃어버리는 물건은 여분을 준비해두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무엇보다 가족이 물건을 몰래 치우거나 위치를 계속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익숙한 환경을 유지하면 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덟 번째, 가족 중 특정 사람만 계속 의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 환자가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가족만 반복적으로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며느리가 내 돈을 가져갔다”, “아들이 내 통장을 숨겼다”는 식으로 특정 사람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가족이 모두 모여 환자에게 “그 사람이 절대 안 그랬다고” 설득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설명하면 환자는 오히려 압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이 차분하게 대응하고, 다른 가족들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환자가 특정 가족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실제 폭언·폭행이 발생한다면 안전을 우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의심을 언제나 ‘망상’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실제로 물건이 없어졌거나 금전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 또는 노인학대경제적 착취가 있는지도 상황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NIA 역시 치매 환자의 의심 행동이 실제 학대 피해를 의미할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안내합니다.

 

아홉 번째, 갑자기 심하게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원인도 살펴야 합니다

치매 환자가 오랫동안 비슷한 의심 행동을 보였다면 치매의 행동·심리 증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갑자기 심하게 혼란스러워하거나 가족을 공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증이나 감염, 수면 부족, 탈수, 변비, 약물의 영향 등은 고령자의 행동 변화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작스럽고 심한 행동 변화가 나타났다면 “치매가 더 심해졌나 보다”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환자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가능성이 있거나 심한 혼란이 동반된다면 신속한 의료적 평가가 필요합니다.

 

열 번째, 가족이 기억해야 할 것은 ‘환자와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가 가족을 의심하면 보호자 역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평생 돌봐드렸는데 나를 도둑으로 생각하다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환자의 말과 행동을 모두 본인의 진짜 감정이나 의도라고 받아들이면 보호자도 지치기 쉽습니다.

치매로 인해 기억하고 판단하고 상황을 해석하는 뇌의 기능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행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족이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와 사실관계를 놓고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가 훔쳤느냐”를 밝혀내는 것보다 환자가 불안하지 않도록 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물건을 찾고, 감정을 달래고, 다른 활동으로 관심을 돌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생활환경을 정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법입니다.

 

치매 환자의 “누가 내 물건을 훔쳐 갔다”는 말은 가족에게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지만, 그 말 뒤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답답함, 낯설어진 환경에 대한 불안, 자신을 지키고 싶은 두려움​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의 말에 무조건 맞서기보다 그 행동이 왜 나타났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족 간의 불필요한 갈등도 조금씩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 한 줄 요약

치매 환자가 가족을 의심하거나 물건을 훔쳤다고 말하는 것은 기억력 저하와 혼란, 불안, 망상 등이 원인일 수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감정을 먼저 살피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편 예고

  시니어 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하는 이유는?

 

 

[인용 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Alzheimer’s Caregiving: Coping With Hallucinations, Delusions, and Paranoia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Alzheimer’s Disease Fact Sheet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Do’s and Don’ts: Communicating With a Person Who Has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Association, Family Care Guide – Suspicions and Delusions

NHS, Alzheimer’s disease – Symptoms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이웃추가로 응원해 주세요.

궁금 사항을 댓글로 문의해 주시면 성심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