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물건을 숨기는 이유는?
3년 전 93세의 장모님이 시골에 혼자 거주하고 계실 때, 자식들이 교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 케어하고 올라오곤 하였지요. 어느 날 처제가 SNS로 “엄마가 벗어놓은 빨랫감을 똘똘 말아서 장롱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 놨어요”라고 다른 식구들에게 전했습니다. 그 후 부득이 초기 치매 진단을 받게 되고,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게 되었고, 낙상을 당하여 병원에 입원한 후에 끝내는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런 과정은 치매에 걸리는 어르신들이 흔히 겪는 절차치례처럼 되었습니다. 과정을 지켜본 가족으로서 이번 포스팅을 하며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경험담을 간단히 소개한 것처럼, 치매 환자가 집 안 곳곳에 물건을 숨겨 가족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서류나 열쇠를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기도 하고, 휴지나 옷가지처럼 평소에는 숨길 이유가 없는 물건을 엉뚱한 장소에 옮겨 놓기도 합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왜 자꾸 물건을 숨길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을 곤란하게 하려는 행동이 아니라고 합니다. 치매로 인해 기억과 판단, 주변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달라지면서 나타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하지요.
첫 번째, 물건을 숨긴 뒤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는 것일까요?
출처— Alzheimer’s Society, 「Dementia and hiding, hoarding or losing things」
치매가 진행되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안전한 곳에 넣어두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장소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이지요. 열쇠나 안경처럼 평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도 자신이 어디에 놓았는지 떠올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족이 “본인이 거기다 놓았잖아요”라고 따져 묻는 것보다는 함께 찾아주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라면 아예 보관 장소를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열쇠는 현관의 고리에, 안경은 침대 옆 상자에 두는 식으로 생활 속 규칙을 만들어주면 찾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 물건을 숨기는 행동 뒤에 불안이나 불신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 Alzheimer’s Society, 「Delusions, paranoia and dementia」
모든 물건 숨기기가 단순한 기억력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치매 환자는 주변 사람이 자신의 물건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물건을 감추기도 하겠지요. 실제로 물건을 찾지 못하면 “누가 훔쳐 갔다”라고 믿는 피해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가족이 “아무도 안 가져갔어요”라고 강하게 반박하면 오히려 환자의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잃어버리셔서 걱정되셨겠어요. 같이 찾아볼게요”라고 먼저 마음을 받아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치매가 있다고 해서 환자의 말을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물건이 없어졌을 가능성까지 차분히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물건을 숨기는 것이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일 수도 있을까요?

— Alzheimer’s Society, 「Dementia and hiding, hoarding or losing things」
치매 환자가 물건을 감추는 데에는 ‘내 것을 내가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려는 마음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답니다. 주변 환경이 낯설어지고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워질수록 자신에게 중요한 물건을 따로 모아두는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오래된 사진이나 지갑, 가족에게 받은 물건처럼 정서적으로 의미가 있는 물건을 계속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별것 아닌 물건처럼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중한 물건일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무조건 버리거나 빼앗기보다는 일정 부분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상자나 투명한 수납함을 마련해 “중요한 물건은 여기에 넣어두면 찾기 편하겠어요”라고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물건을 숨겼을 때 가족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 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 「Coping With Alzheimer’s Behaviors: Rummaging and Hiding Things」
물건을 찾을 때는 환자가 평소 자주 이용하거나 물건을 넣어두었던 장소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서랍이나 옷장, 침대 주변, 주방 수납공간처럼 익숙한 곳을 차례로 확인하면 의외로 쉽게 찾을 때도 있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도 물건을 숨기는 행동이 반복될 경우 환자가 자주 숨기는 장소를 파악하고, 중요한 물건은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자주 잃어버리는 열쇠나 안경 등은 여분을 마련해 두거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보조기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요. 무엇보다 물건 하나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끼리 “누가 가져갔느냐”라고 언성을 높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건을 찾은 뒤에도 “왜 또 거기다 숨겼어요?”라고 추궁하기보다 조용히 원래 장소에 돌려놓고 다음부터 보관할 곳을 알려주는 정도가 좋습니다.
다섯 번째, 갑자기 물건을 숨기기 시작했다면 다른 원인도 확인해야 할까요?
— Alzheimer’s Society, 「Delusions, paranoia and dementia」
평소에는 물건을 숨기지 않던 분이 갑자기 행동을 반복하거나 가족을 심하게 의심한다면 치매 증상의 변화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최근 집안 환경이 달라졌는지, 시력이나 청력에 변화가 생겼는지, 복용하는 약이 바뀌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라면 섬망과 같은 다른 건강 문제를 확인해야 할 수도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왜 저러실까?”라고 행동만 탓하기보다 그 행동이 시작된 시점부터 먼저 되짚어볼 것 같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릴까 두려운 것인지, 누군가 가져갈까 불안한 것인지, 아니면 기억하지 못해서 생긴 행동인지에 따라 가족의 대응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치매 환자가 물건을 숨기는 모습은 가족에게는 답답하고 때로는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단순히 ‘이상한 행동’으로 규정하기보다 그 안에 어떤 불안과 혼란이 있는지 살펴보면 조금 다른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 물건이라면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 일정한 보관 장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그리고 갑자기 행동이 심해졌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변화의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강 한 줄 요약:
치매 환자가 물건을 숨기는 행동은 기억력 저하뿐 아니라 불안, 불신,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꾸짖기보다 원인을 살피고 안전한 보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음 편 예고
시니어건강 치매 -치매 환자의 환각과 망상에 대하여
[인용 출처]
National Institute on Aging(NIA), 「Coping With Alzheimer’s Behaviors: Rummaging and Hiding Things」 —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물건 숨기기·뒤지기 행동과 안전한 대응 방법.
Alzheimer’s Society, 「Dementia and hiding, hoarding or losing things」 — 치매 환자가 물건을 숨기거나 잃어버리는 이유와 보관 장소를 정하는 방법, 가족의 대응법.
Alzheimer’s Society, 「Delusions, paranoia and dementia」 — 치매 환자의 피해망상과 도난 의심, 불안한 행동에 대한 대응 방법.
Alzheimer’s Association, 「10 Early Signs and Symptoms of Alzheimer’s & Dementia」 —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찾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이 훔쳤다고 의심하는 행동에 관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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