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건강 치매 - 치매 환자의 환각과 망상에 대하여
엊그제 말복이라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도 불어주고 나이 든 시니어 분들은 한결 활동하기가 좋은 일기입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처서(處暑)도 되고 하면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활동해야 되겠네요.
저도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생활 리듬이 사람의 기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계절이나 날씨보다 더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아무도 없는 곳을 가리키며 “사람이 있다”라고 하거나, 가족에게 “내 물건을 가져갔다”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족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처럼 보여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게는 자신이 보고 듣고 믿는 일이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치매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각과 망상이 무엇인지, 가족은 어떤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자료를 통하여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환각과 망상은 서로 어떻게 다른 것일까?
출처; Alzheimer’s Association, 「Hallucinations」·「Suspicions and Delusions」
환각과 망상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의미가 다르다고 합니다. 환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나 물체를 보거나, 없는 소리를 듣는 등 감각을 통해 잘못된 경험을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저기에 사람이 서 있다”고 하거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대답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지요. 반면 망상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데도 특정한 생각이나 믿음을 사실이라고 굳게 받아들이는 상태입니다. “딸이 내 돈을 훔쳐 갔다”거나 “누군가 나를 따라다닌다”는 생각이 대표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가족이 기억하면 좋은 것이 하나 있군요. 환자에게 그 경험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라고 따지거나 “제가 안 가져갔는데 왜 그러세요?”라고 강하게 반박하면 불안과 경계심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두 번째, 치매에서는 왜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출처: Alzheimer’s Association, 「Hallucinations」·NICE, 「Dementia: assessment, management and support」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력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일을 나름대로 설명하려다가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고, 어두운 곳의 그림자나 주변 소리를 실제 사람이나 사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시력이나 청력의 문제, 통증, 탈수, 감염, 약물 등의 요인이 더해지면 증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겠지요.
따라서 평소와 달리 환각이나 망상이 갑자기 시작됐다면 “치매가 더 심해졌나 보다”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최근 약을 바꾸었는지,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었는지, 잠을 제대로 잤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갑작스럽고 뚜렷한 변화라면 의료진에게 알려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 번째, “사람이 보인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Alzheimer’s Association, 「Hallucinations」
환자가 아무도 없는 곳을 바라보면서 “사람이 있다”라고 말한다면 먼저 그 사람이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서우셨겠어요. 제가 곁에 있으니 괜찮아요”라고 안심시키면서 환자의 감정을 받아주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지요. 환각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쟁하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환경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두운 방에서 그림자나 반사된 모습이 사람처럼 보인다면 불을 밝히고, TV나 라디오처럼 혼란을 줄 수 있는 소리를 줄여보십시오. 환자가 계속 같은 곳을 무서워한다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네 번째, “가족이 내 물건을 훔쳤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Alzheimer’s Association, 「Suspicions and Delusions」
치매 환자가 가족을 향해 “내 돈을 가져갔다”, “내 물건을 훔쳤다”라고 말하면 가족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속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면서 자신이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예요. 알츠하이머협회에서도 이러한 의심과 근거 없는 비난이 치매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럴 때는 잘못된 생각을 억지로 고치려고 하기보다 “물건이 없어져서 걱정되셨군요. 같이 찾아볼게요”라고 말해보는 편이 좋습니다. 자주 찾는 물건은 일정한 장소에 보관하도록 생활환경을 단순하게 만들고, 중요한 물건은 가족이 함께 관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환자의 말을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그 말 뒤에 있는 불안과 두려움까지 부정할 필요도 없겠지요.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가족 간의 불필요한 언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섯 번째, 환각과 망상이 있다고 바로 약을 사용해야 할까?
NICE, 「Dementia: assessment, management and support」
환각이나 망상이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약부터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먼저 통증이나 섬망, 감염, 환경 변화, 약물의 영향처럼 증상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요. NICE는 치매 환자의 심한 불편이나 행동 증상을 다룰 때 원인을 평가한 뒤 심리적·환경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거나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항정신병약은 일부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매 환자에서는 뇌졸중과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된 주의사항이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루이소체 치매나 파킨슨병 치매에서는 일부 항정신병약에 대한 민감성이 높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치매 환자의 환각과 망상은 가족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하는 행동으로 볼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환자에게는 실제로 보이고 들리며, 실제로 그렇게 믿어지는 경험일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틀렸다고 설득하기보다 먼저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주변 환경을 편안하게 만들며, 갑자기 증상이 심해졌다면 신체적인 원인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런 내용을 살펴볼수록 치매 돌봄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말을 바로잡는 것’보다 ‘환자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만,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 모두의 힘든 시간을 조금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건강 한 줄 요약:
치매 환자의 환각과 망상은 실제처럼 느껴지는 경험일 수 있으므로 무조건 따지거나 부정하기보다 환자의 불안을 먼저 살피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음 편 예고
시니어건강 치매 -치매 환자의 낙상 예방법에 대하여
[인용 출처]
Alzheimer’s Association, 「Hallucinations」 — 치매 환자의 환각 정의, 원인, 대응 방법 및 의료적 평가에 관한 자료.
Alzheimer’s Association, 「Suspicions and Delusions」 — 치매 환자의 피해망상과 물건 도난 의심, 가족의 대응 방법에 관한 자료.
NICE, 「Dementia: assessment, management and support for people living with dementia and their carers」 — 치매 환자의 환각·망상 및 행동 증상의 평가와 비약물적 접근, 항정신병약 사용에 관한 임상 권고.
NICE, 「Antipsychotic medicines for treating agitation, aggression and distress in people living with dementia」 — 항정신병약의 기대 효과와 위험성, 사용 시 주의사항에 관한 자료.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어떠한 증상이던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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