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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바다낚시/바다낚시 조행기

덕적도 서포리 방파제 조행기

노을 누리 2026. 10. 21. 21:46

 

덕적도 서포리방파제 조행기

 

20261019~20(음력 09월 09일)

물때: 무시

간조시간: 15시 35분

만조시간: 22시 36분

 

 

 서포리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앞바다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같이 보였습니다. 하늘엔 비늘구름이 얇게 깔렸고, 그 아래로 쪽빛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요.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푸르스름한 실루엣으로 떠 있었고, 까마득히 저 멀리 겨우 보이는 등표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서서 뱃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서포리 해변은 솔숲을 두른 금빛 백사장이 길게 누워 있는 풍광이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덕적도 서포리 방파제는 금년에만 벌써 네 번째 찾은 곳이었습니다.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 주변에서는 대물 우럭이 낚이고, 방파제 중간 지점에서는 광어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포인트이지요. 그동안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은근히 기대를 품고 출조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낚시꾼의 기대대로 허락하여 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채비를 던져도 입질이 없었어요. 10월 중순이 지나면서 수온도 20도 정도로 내려갔고, 루어 채비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을 물흐름의 무시 물때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동안 백아도와 풍도에서 잘 먹혔던 1/8 지그헤드에 멸치 모양의 빨간색 4인치 그럽웜 채비를 팔이 아플 정도로 캐스팅을 반복했는데도 입질이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젊은 사람들도 꺼려하는 방파제 끝 테트라포드까지 올라앉아서 채비를 열심히 던졌습니다. 이 테트라포드가 물에 잠긴 어느 부분에는 홈통처럼 3 자급 우럭이 종종 나오는 곳이기에 집중 공략을 했지요. 그러나 그 우럭의 입질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나중엔, 들어오기 전날 풍랑으로 바닷물이 뒤집어지며 바닷속 환경이 달라져서 그런 것은 아닌지, 물흐름이 없다는 무시 물때의 영향 때문일까 하는 여러 생각이 교차하면서 못 잡았다는 핑곗거리마저도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덕적도 서포리 방파제

 

광어가 가끔 나와주는 중간 포인트

 

 

 

 

간조 물때의 정조 타임이 지나고 들물이 시작되면서 "톡톡"하는 잔 입질은 여러 번 있었지만, "툭"하는 큰 입질은 역시 없었습니다. 이쪽 서포리 포인트 인근에 작은 감생이가 잡힌다더니 루어 채비를 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장시간 테트라포드에 앉아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뻗치고 있던 다리가 몹시 저려왔습니다. 물도 꽤나 들이치면서 안전을 생각하여 방파제 위로 옮기고야 말았습니다.

광어가 가끔 나오는 방파제 중간 부문에서 열중하는 친구도 역시 한 마리도 못 낚은 모양이었습니다. 

 

낚시가 안 될 때에는 괜한 포인트 타령을 하곤 하지요. 저 멀리 보이는 서포리 선착장으로 갔었으면 요즘 제철이라는 갑오징어라도 낚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갖곤 하였습니다.

 

서포리 선착장 포인트

 

 

서포리 방파제에 묶인 낚시배와 어선

 

 

혹시 채비를 바꾸면 조황이 좋아질까 하여 친구가 즐겨 쓰는 마른오징어 미끼를 역시 1/8 지그헤드에 껴서 던져보았습니다. 그러나 이 채비에도 대상어인 우럭의 입질다운 입질은 없었지요.

이 채비는 일반 루어 웜 운용처럼 많은 액션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던져놓고 스테이(stay)를 주는 기법이라, 이렇게 낚시가 안 될 때에는 다행히 사방에 펼쳐진 좋은 풍광을 바라보며 사유(思惟)에 빠져들면 좋겠다 싶더군요.

 

오징어 채비를 던진 채로 루어대를 방파제 난간에 기대어 놓고 지친 팔을 내린 채 아득한 수평선을 바라보았지요. 아직 본격적인 일몰 연출은 아니었지만, 서녘으로 기울어져 가며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바다 위로 빛의 길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 장엄한 풍경 앞에서 문득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무력한 지 새삼 깨닫게 되었지요.

 

이곳 덕적도라는 섬 하나에도 수많은 해변과 갯바위, 방파제와 선착장이 있습니다. 같은 장소에서도 어느 방향으로 던지는지, 채비를 얼마나 가라앉히는지, 어느 속도로 릴을 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잖아요. 거기에 계절과 물때, 수온과 바람까지 영향을 미치니 그 많은 조건을 인간이 모두 헤아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다낚시를 오래 했다고 해서 바다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좋은 포인트를 찾았다고 해서 반드시 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지요. 낚싯대를 쥔 인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성경 말씀 두 구절이 생각나더군요.

시편 중에 “거기에는 크고 넓은 바다가 있고 그 속에는 생물 곧 크고 작은 동물들이 무수하니이다 (시편 104편 25절)”라는 구절과 “바다도 그의 것이라 그가 만드셨고 육지도 그의 손이 지으셨도다(시편 95편 5절)”라는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다의 표면뿐이지요. 그 아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인간의 지식은 바다의 넓이에 비하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모래알과도 같지요.

또 바다는 사람이 만든 것이 물론 아닙니다. 수평선 너머의 섬들도,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창조주의 손길 안에 있다는 것이지요. 인간은 낚싯대를 만들고 좋은 장비를 마련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만, 물고기에게 입질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믿고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려고 합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인간의 한계를 깨닫곤 한다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는 바다의 깊이와 그 속의 생명을 아시지만, 인간은 눈앞의 물결조차 마음대로 바꾸지 못합니다.

“주께서는 못 하실 일이 없사오며 무슨 계획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라는 욥의 고백도 아울러 생각났습니다.

 

낚시터에서 조황 없이 빈손으로 서 있는 시간이 어쩌면 이런 자연의 섭리와 진리를 조금이라도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무능함은 부끄러움만이 아니라 겸손을 배우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하되,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것, 그것이 일흔이 넘은 시니어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붙이고 다듬어야 할 시작(詩作)을 위한 시어(詩語) 한 편이 떠올랐네요.

 

던지는 것은 나의 손이나
물고기의 길을 아시는 분은 따로 계시니
나는 바람 앞의 갈대, 바다 앞의 모래알일 뿐
깊은 물속 모든 숨결을 헤아리시는 이는
오직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네.

......

 

 


친구도 역시 재미를 못 보고 야간 재 출조를 위해 철수하자고 하여 우리는 민박집으로 이동하고야 말았습니다.

만조시각이 22시 30분경이니까, 야간 피딩 타임을 보자면 20시쯤이나 늦어도 21시쯤에는 다시 나서야만 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하며 헤드랜턴 등 장비도 다시 챙겼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방파제의 풍경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낮에는 푸른빛을 띠던 바다가 밤에는 검은 장막처럼 변해 있었고, 멀리 떨어진 덕적도와 소야도를 잇는 다리를 장식한 불빛만이 수면 위에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다행히 방파제 가로등 불빛으로 채비를 챙기는 데에는 불편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채비를 챙기며 피딩 타임을 기다렸지요.

만조 시각 한 시간 반을 앞둔 밤 9시쯤, 마침내 동행한 친구에게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방파제 중간 포인트에서 낮 동안 그토록 애를 써도 소식이 없던 우럭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잔 씨알부터 나왔습니다. 그러나 테트라포드를 주로 공략하는 나에게는 역시 입질이 없었습니다.

친구는 묵직한 손맛을 연이어 느끼며 3자가 넘는 대물 우럭 두 마리를 연속 낚아 올렸습니다. 랜딩 하다가 떨어트린 대물을 포함하면 오랜 기다림 끝에 거둔 시원한 조과였습니다.

 

피딩 시간이 끝나갈 무렵 테트라포드 사이드 가까이로 초조함과 기대감으로 부지런히 캐스팅을 이어가던 나의 낚싯대에도 드디어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졌습니다. '드디어 대물 우럭인가!' 하고 숨을 죽이며 릴링을 했는데....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우럭이 아니라 작은 낙지만한 왕주꾸미 한 수였습니다. 우럭 채비에 걸려 나온 주꾸미 한 마리!... 순간 허탈함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네요.

대물 우럭의 손맛을 본 친구 옆에서 주꾸미 한 마리로 마감한 나의 낚시질. 그야말로 '웃지 못할 조황'이었지만, 텅 빈 살림망을 보며 허탈해하기보다는 어두운 밤바다가 내어준 작은 선물에 감사하기로 하였습니다.

낮 동안 아무리 던져도 소식이 없다가 때가 되니 입질이 오는 것을 보면, 물고기도 사람도 모두 정해진 때와 그분의 손길 안에 있다는 섭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릴링 중인 친구

 

 

 

 

 

 

 

 

 

조행기를 마치며

 

이번 덕적도 서포리 방파제 낚시는 비록 풍성한 조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보다 훨씬 값진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지요. 한낮의 헛된 캐스팅 속에서 나의 무력함을 깨닫고, 웅장한 바다와 일몰의 광경 속에서 창조주의 전지전능하신 손길을 보았습니다.

바다는 언제나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이고, 그런 가운데 겸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다음 출조를 기약하며, 서포리 방파제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친구와의 웃음소리를 가슴에 담고 귀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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