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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바다낚시/바다낚시 조행기

풍도 해변, 닻의 기억(풍도 조행기 2)

노을 누리 2026. 7. 31. 15:44

양력 7.29~30 (음력 6.16~17)

7 물~8 물 (간조 16시 40분)

 

 

 “지난번 풍도의 선착장에서 바람결에 실려 오는 듯했던 '배 올리네' 민요 가락의 애잔한 정취를 충분히 음미하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 재음미하고자 18일 만에 또 출조길에 나섰다면 사치일까?” “이번 물때도 저번 첫 출조 물때처럼 우럭 60여 마리나 낚아 올리는 좋은 조황을 역시 맛보게 해 줄까?”

이번 2차 풍도 출조를 하며 가졌던 기대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오랜 세월 바다낚시를 해온 낚시꾼으로서 이번 출조의 현실적 이유는, 한여름 바닷물이 바짝 더 데워지기 전, 묵직한 우럭의 손맛과 함께 지난번에 다 둘러보지 못한 풍도의 숨은 포인트를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지요.

 

 

 

오전 10시 30분, 대부도 선착장을 떠난 배는 안개가 좀 끼었지만 1시간 반 동안 푸른 파도를 가르며 12시경 풍도 선착장에 우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이미 예약해 둔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서둘러 점심을 마친 뒤, 채비를 챙겨 길을 나섰지요.

오늘의 낮 일정은 새로운 포인트 탐색. 주로 밤에 입질을 보여주는 우럭의 특성상, 안전하고 풍성한 밤낚시를 위해서는 해가 있을 때 험한 갯바위 지형을 미리 익혀두어야 했지요. 목적지는 민박집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외진 갯바위 포인트였습니다.

 

 

 

 

 

낮 기온은 32~3도를 맴돌고 바닷물 수온마저 27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였지요. 사실 이런 땡볕 아래 갯바위에 올라서서 낚시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러나 갯바위로 향하는 해변 길가에, '야생화의 천국'이라는 풍도의 명성답게 노란 달맞이꽃과 분홍빛 접시꽃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독려하는 것 같았어요. 거친 바닷바람을 견뎌내며 화사하게 피어난 야생화들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번 출조의 절반은 보상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인트 갯바위에 올라서자마자 낚시꾼의 포획본능이 일더군요. 혹시 이런 뙤약볕 아래 광어라도 한 마리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쪽저쪽 방향으로 열심히 캐스팅을 해보았네요. 그러나, 예상대로 수면 아래는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실망감으로 낚시를 접고 갯바위를 내려서는데, 저만큼 해변 자갈밭에 호젓이 누워있는 녹슨 닻 한 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며 덩그러니 놓인 녹슨 붉은 닻 한 쌍.

수많은 세월 동안 거친 파도 속에서 온몸을 바다 밑 개흙 속에 던져져 배를 잡아매었겠지요. 이제는 모든 소임을 다하고 뭍으로 올라와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세월을 낚는 시니어 낚시꾼인 나의 내면과도 닮아있었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담으며, 가슴속에서 물밀듯 시상(詩想) 한편이 떠올랐습니다.

 

 

 

 

 

풍도 해변, 닻의 기억

 

풍도 외진 갯가에는

녹슨 닻 둘이 호젓이 누워

지나온 바다의 기억을 밀고 당긴다

 

바람 거칠게 불어오던 날에도

파도가 가슴을 흔들던 밤에도

오직 하나의 깊이를 믿으며

온몸을 개흙 속에 던졌을 너

 

이제는 세월의 붉은 녹을 입고

바다를 그리워하는 침묵이 되었구나

 

잡히지 않는 세월을 좇아

한나절이나 서성이던

나의 낚싯대 끝에 걸려온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물러가는 썰물의 가슴 위로

빛바랜 사연 가만히 내려놓으며

나도 내 맘 깊은 바닥에

오래된 질문 하나 깊숙이 묻어둔다.

 

 

갯바위 탐색을 마치고 나오는 길, 지난 1차 출조 때 쏠쏠한 손맛을 안겨주었던 '빨간 등대' 포인트에 잠시 들러 몸풀기용 캐스팅을 몇 번 던져본 후 민박집으로 복귀했지요.

간단하게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헤드랜턴 점검과 함께 본격적인 밤낚시채비를 마쳤습니다. 물때는 7 물이라 다소 물살이 세긴 하겠지만, 해가 지고 초들물이 시작된 후 1~2시간 뒤면 틀림없이 피딩타임이 찾아올 터였지요.

예상은 적중했다. 선착장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루어 캐스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녁 7시~8시 무렵부터 묵직한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주 포인트인 선착장 좌측을 공략했지요. 1/8 지그헤드에 멸치 모양의 빨간색 웜에 입질 반응이 좋았습니다. 친구는 오징어 몸통을 가공한 미끼를 썼는데, 선착장 우측 끝부분에서 마지막쯤에 3 자급의 큰 놈들을 낚아 올리며 기분 좋은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새벽 1시까지 포인트 자리를 지키며 낚시를 즐겼지요. 지난 1차 출조 때의 화려한 조황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횟감과 매운탕거리로 손색없는 튼실한 씨알의 우럭 20여 마리를 낚아 올렸습니다.

 

 

 

 

 

다음 날 12시, 다시 대부도로 향하는 배에 오르며 풍도를 돌아보았습니다.

우럭 손맛의 짜릿함도 좋았지만, 길가에 피어있던 야생화와 갯가에 호젓이 누워있는 녹슨 닻의 침묵이 시니어 낚시꾼의 가슴속에 잔상을 깊게 남기는 출조였습니다.

 

 

 

 

풍도...

이번 출조 때에도 “배 올라오네~ 배 올라오네~”하는 애잔한 '배 올리네' 풍도 민요가락의 정취를 재음미하려는 시도는 끝내 이루지 못하였네요.

그러나 사연을 품고 있을 듯한 야생화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갯가의 녹슨 한쌍의 닻을 만나 가슴속 깊은 내면에 빛바랜 인생 사연의 풀지 못한 질문을 묻어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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