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찾은 백아도 조행
20260612~13 (1박 2일)
백아도 선착장과 주변 포인트
음력 4월 27일 3 물. 4 물
만조: 13시 37분
간조: 19시 59분
백아도에는 2023년에 8월과 11월에 두 번이나 왔었습니다. 처음 출조 때 포인트는 백아도 선착장과 주변 갯바위였었고, 두 번째 출조 때에는 옛 백아도항과 주변 갯바위를 포인트로 삼았었습니다.
이번 세 번째 출조는 3년여 만에 다시 찾게 되었는데, 역시 이번에도 친구와 동출(同出)을 하게 되었지요. 이번 출조에 우리가 원래 생각한 포인트는 '서쪽 곶부리'였으나 야간에 산을 타고 낭떠러지 아래로 내려가는 다소 험한 곳이라 안전을 위해 진입하기 용이한 백아도 선착장으로 정하였습니다.
출조일은 선착장 보강 공사가 끝날 때까지 수개월이나 기다렸다가 6월에서야 민박집 예약이 가능하게 되면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물때도 마침내 내가 선호하는 3 물때이고, 날씨도 구름은 낀다고 하지만 바람도 좋은 것으로 예보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출조하기로 한 것이지요.
드디어 6월 12일 D데이! 우리는 인천항에서 9시에 백아도로 향하는 해누리호에 승선하였습니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같은 낚시동호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지요. 그 친구는 부인과 처제, 그리고 동서와 같이 굴업도로 낚시 겸 백패킹에 나선 것이라고 하더군요. 나와 함께 동출하는 친구와 셋이 객실 안에서 낚시 얘기로 꽃을 피우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그 친구는 굴업도에서 일행과 함께 하선하였습니다.


굴업도를 벗어나자 저 멀리 선단여가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선단여를 지날 때마다 신비감을 갖게 되더군요. 왜냐하면 이 바위는 셋으로 나눠져 있는데, 배가 이 바위를 지나갈 때 지나가는 각도에 따라, 바위가 하나로 보였다가 둘로 보이고 셋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선단여'에는 애달프고도 가엾은 내용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선단여의 전설
옛날에 백아도에는 노부부와 남매가 함께 살고 있었답니다. 어느 날 노부부가 갑자기 함께 죽게 되었데요. 그러자 인근 외딴섬에 살던 마귀할멈이 남아 있던 어린 남매 중에 여동생을 납치해 데려갔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오라비는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게 되어 어떤 섬에 닿았는데, 그곳에서 어여쁜 처녀를 발견하게 되었데요. 이 둘은 서로 남매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이를 하늘나라 선녀가 알고 둘 사이가 남매지간이라고 알려주었다네요. 그러나 남매는 선녀의 말을 믿지 않고 부부가 되겠다고 고집하였답니다. 이에 하늘은 천둥과 번개를 치게 하여서 이들을 죽이게 되었고, 이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마귀할멈도 죽여버렸답니다. 그 후 그곳에 세 개의 바위가 우뚝 솟았는데, 오빠바위, 누이바위, 할미바위라고 했다고 합니다.
남매에게 사랑을 경고한 선녀는 너무 안타까워 붉은 눈물을 흘리며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 바위를 '선녀단'이라고 하다가 점차 ‘선단여바위’로 불리게 되면서 한자 표기로는 ‘선대암’이라고 불렀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선단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천항에서 출발하여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드디어 백아도 선착장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선하면서 배가 닿은 선착장을 보니 얼마 전에 막 끝낸 보강 공사로 말미암아, 옛 선착장 모습과는 달리 방향이 구십도 변경되어 있었고 폭은 조금 넓어 보였습니다.
이곳 선착장 포인트는 우럭이 주 어종이고 광어도 가끔 나오는 곳으로 일몰 후의 초들물 때가 가장 입질이 좋을 때입니다. 마침 오늘이 3 물에 간조가 20시쯤의 물때와 일몰 후의 시각이 잘 맞아떨어지는 날이라 좋은 조황을 기대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큰 공사로 말미암아 다 파헤쳐져 주 포인트 환경이 크게 바뀌었는데 낚시나 제대로 될까 하는 염려가 들더군요.
백아도 선착장에서 10여분 거리의 미리 예약해 두었던 '해변민박'에 여장을 풀고 서둘러 점심 식사를 하였지요. 오늘 만조가 오후 1시 반쯤인데 만조 시간 앞뒤 2~3시간이 대개 피딩 타임인지라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야행성 어종인 우럭이 주 타깃이라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혹시 광어라도 걸려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선착장 포인트로 향했습니다.
공사로 바뀐 포인트 환경을 탐사하느라 물이 선착장 위에까지 찼지만 열심히 여기저기 캐스팅을 하였지요. 좌측 갯바위 쪽을 향해서는 3년 전에 광어 낚은 경험치를 생각하며 열심히 채비를 던졌지만 입질 한번 없었습니다.
물이 점차 빠지며 우측 갯바위가 드러나기에 천천히 진입하며 등표를 향해 채비를 바꿔가며 열심히 던졌으나 역시 입질이 없었습니다. 연이어 왼쪽 높은 방파제 밑에까지 공략했으나 겨우 잔 씨알의 우래기 몇수만 올라오고야 말았습니다.
할 수없이 일몰 후 간조 타임을 보기 위한 채비 준비를 해야겠기에 민박집으로 철수하고 말았네요.




드디어 해가지고 선착장에는 물이 많이 빠진 상태였습니다. 처음엔 이곳 포인트의 3년 전 경험치를 살려서 선착장 좌측 사이드와 갯바위 쪽을 번갈아 던져보았습니다. 수심은 변화가 없어 보였고 밑걸림도 거의 없었어요.
채비는 1/8 지그헤드에 멸치 모양의 4인치 웜을 칼라를 바꿔가며 썼지요.
그렇게 한참을 던지다 보니 사이드 바로 밑에 붙박이 우래기인지 입질이 시작되더군요. 친구는 우측에서 했는데 바로 앞에 보이는 '계도' 쪽으로 장타도 날려보고 방파제 사이드 가까이로도 던져보는데, 역시 가까이 던졌을 때에 입질을 받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들물이 시작된 지 얼마 후에 갑자기 바람 따라 비릿한 냄새와 더불어 멸치 때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방파제에 밀려 들어온 멸치 때가 퍼덕일 때, 멸치를 따라 들어온 우럭 큰 놈들이 드디어 입질을 시작하더군요. 멀리 던질 필요도 없이 선착장 지근거리에서 2자 이상의 준수한 우럭들을 걸어냈습니다.
방파제 위에서 원투낚시를 하던 우리와 비슷한 나이의 시니어 둘이, 우리가 한참 동안 씨알 좋은 우럭들을 걸어내는 것을 보고 구경차 내려올 정도였지요.
그런데 먹을만한 사이즈의 우럭들 손맛은 보았는데, 30센티 이상의 대물 우럭 손맛은 그때까지 못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소리를 쳐서 옆으로 쳐다보니 30이 충분히 넘는 사이즈의 우럭 한 마리를 걸어 올리더군요. 선착장 바깥쪽이라 그런지 큰 놈들이 붙는 거 같았습니다. 덩달아 나도 그쪽으로 이동하는 순간 친구는 그새 또 큰 놈을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나는 이 소중한 피딩 타임이 끝나기 전에 대물 한 마리라도 더 보자고 나란히 서서 열심히 릴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도 묵직한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순간적으로 후킹을 하는데 좀처럼 쉽게 느껴보질 못하는 녀석의 무게가 전신으로 전달되어 왔지요. 릴링이 버거울 정도라고 느끼며 겨우 랜딩을 하는데 족히 40은 훨씬 넘어 보이는 놈이었어요.
애석하게도 우럭이 아니라 노래미였습니다. 노래미가 그렇게 우럭처럼 옆으로 째며 힘을 쓰는 경우는 처음인 거 같았습니다. 얼마나 멸치를 흡입했는지 낚시꾼들 하는 말로 빵이 장난이 아니었지요. 그놈뿐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비대하리 만큼 쌀이 쪘더라고요. 이곳 백아도는 먹잇감이 풍부하고 물이 좋은가 봐요.


밤늦게까지 큰 손맛 보느라 둘이 지쳐서 민박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졌지요. 그래도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생선 손질을 먼저 했습니다. 큰 놈 두어 마리는 회를 뜨고 좀 작은놈 두세 마리는 매운탕을 끓였지요.
친구는 아침나절인데도 소주를 꺼내어 자작하여 한잔씩 마시며 맛난 회와 매운탕에 흡족해했습니다.
이 나이 먹도록 좋은 취미로 벗과 함께 섬들과 갯가를 누비며 호사를 누리게 되어 감사한 삶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인천항으로 나가는 배가 12시 30분이라 아침 식사한 후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민박집 앞에는 해무가 낀 아침 바다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지요. 저 멀리 물살을 가르며 지나는 어선 모습과, 밤새 홀로 고고한 자태로 서있었을 등표(燈標) 모습과, 아침 안개에 신비감마저 자아내는 '광대도'와 '부도'의 풍광이 마치 잘 그려진 수묵화 같았습니다.



마무리하며.
민박집에서 철수할 때, 여주인이 나에게 "아침밥은 드셨냐"라고 물어보기에. "그럼요 진작 먹고 설거지 끝내고 방 정리까지 다 했지요" 하니까. 짐짓 놀라며 손님들 같은 분들이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이유인즉슨, 그렇게 조용하게 끼니때마다 식사해 먹고 낚시 다니는 사람들이 드물다는 거예요. 더구나 나이 먹은 사람들이...
나이 먹은 것이 자랑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흔을 넘기도록 자기 앞 간수 못하고 돌아다니면 흉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는 말이지요. 자기 분수껏 지나침이 없이 건강한 몸을 가지고 취미를 즐긴다는 것이 복이 아니겠냐는 말을 하고 싶네요. 블로그에 조행기 씩이라도 올리고 말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고맙지요. 낚시 동행자가 되어 주니까....
❤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이웃추가로 응원해 주세요.
❀ 궁금 사항을 댓글로 문의해 주시면 성심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시니어 바다낚시 > 바다낚시 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풍도 해변, 닻의 기억(풍도 조행기 2) (0) | 2026.07.31 |
|---|---|
| 배 올라오네 배 올라오네(풍도 조행기1) (0) | 2026.07.18 |
| 덕적도 조행기 (0) | 2026.06.17 |
| 승봉도 조행기 (0) | 2026.05.30 |
| 덕적도 서포리 조행 (0) | 2026.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