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니어 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더운 날들의 연속이네요. 이런 더운 날에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이 갑자기 짜증을 내고 화를 내신다면, 돌보는 가족은 얼마나 힘이 들까요. 그래도 그 화를 받아낼 사람은 결국 가족뿐이 없습니다. 어르신이 왜 화를 내시는지 제일 간파가 쉬운 사람은 돌보고 있는 가족뿐이니까요.
이미 고인이 되신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만. 예전에 저희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처음 이상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별일 아닌 일에는 웃으며 넘기시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왜 나를 못살게 그러냐”며 큰소리를 내셨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당황했습니다. ‘원래 저런 성격이 아니셨는데 왜 갑자기 화를 내실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서 단순히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불편하거나 불안한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습니다.
이 일 이후로 여러모양으로 자료를 찾아보며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치매 환자에게는 초조, 불안, 공격성, 망상 등 다양한 행동·심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런 증상은 치매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통증이나 환경 변화,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이 영향을 미쳐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
그래서 제가 부모님을 돌본다는 심정으로, 치매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낼 때 가족은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금 써 내려가는 이 글이 부디 돌봄을 맡고 있는 가족분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닐까?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
치매가 진행되면 기억력뿐 아니라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는 “약 드세요”라는 평범한 말도 환자에게는 자신을 통제하거나 간섭하는 말처럼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병원에 가자는 말을 들었는데 왜 가야 하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억지로 끌려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했을 때 가족이 “아까 말했잖아요”라고 하면 무시당한다고 느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느낀 건 가족에게는 아주 작은 상황이 환자에게는 상당히 불안한 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를 내는 모습만 보기보다 그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화를 내는 것은 아닐까?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
치매가 진행되면 언어능력에도 변화가 생겨 자신의 상태나 요구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몸이 아파도 어디가 아픈지 설명하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배가 고픈 상황에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답답함이나 불편함이 짜증과 분노라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왜 화를 내세요?”라고 묻기 전에 “어디가 불편하신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에서 보니 가족들은 환자가 말을 못 하면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어쩌면 말 대신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 통증이나 몸의 불편함 때문일 수도 있을까?
출처: 중앙치매센터, 「나에게 힘이 되는 치매 가이드북」, 영양·
건강관리 관련 내용
갑자기 평소와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몸 상태부터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요. 치통이나 관절 통증, 변비, 소변 문제, 탈수, 배고픔처럼 본인은 불편하지만 가족에게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 환자는 갈증이나 포만감 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탈수나 영양 문제, 변비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신체적인 불편함이 행동 변화로 나타날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라면 갑자기 화를 내실 때 최근 식사량과 물을 얼마나 드셨는지, 화장실은 잘 다녀오셨는지, 잠은 제대로 주무셨는지부터 확인해볼 것 같아요. 화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원인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지요.
네 번째, 낯선 환경과 가족의 행동을 오해해서 화를 내는 것일까?
[출처: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치매 가족교육 자료, 행동심리증상 및 의사소통 관련 내용]
치매 환자는 익숙한 환경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다가도 갑자기 장소가 바뀌거나 주변에 낯선 사람이 많아지면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처음 갔을 때, 집 안의 가구를 바꾸었을 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가족의 행동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건을 정리해주려고 가져갔는데 “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생각하거나, 옷을 갈아입혀주려는 행동을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해요?”라고 강하게 반박하면 상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보다 먼저 “그 물건이 없어져서 걱정되셨겠어요. 같이 찾아볼게요”라고 마음을 받아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갑자기 심하게 화를 낸다면 의료적인 원인도 확인해야 할까?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노인 약물복용」]
치매 환자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를 무조건 치매 증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평소와 완전히 다른 심한 혼란이나 초조가 갑자기 나타났다면 감염, 통증, 약물 부작용 등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인은 여러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있지요. 질병관리청의 자료에도 새로운 약을 복용할 때 현재 먹고 있는 모든 약을 의료진에게 알리고 부작용과 상호작용을 확인할 것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갑작스러운 의식 변화나 심한 혼란, 환각, 발열, 심한 통증, 낙상 후 행동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가족끼리 판단하기보다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도 이것입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 갑자기 시작됐다면 ‘치매가 더 심해졌나 보다’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화를 없애려고 하기보다 ‘왜 화를 내는지’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치매 환자의 분노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나타나는 원인을 찾는 것이지요.
목욕을 시킬 때마다 화를 내는지, 식사 시간에 심해지는지, 특정 가족이 말을 걸 때 그러는지, 오후나 저녁에 반복되는지 관찰해보면 일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지요.
저도 가족의 행동을 살펴볼 때는 ‘언제 화를 냈는가’보다 ‘화를 내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기록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를 내는 순간에는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목소리를 낮추고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거나 익숙한 사진을 함께 보거나 다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돌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가족 자신도 너무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공격적인 행동이 반복되거나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면 가족 혼자 감당하지 말고 의료진이나 치매안심센터 등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중앙치매센터에서도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치매 환자가 갑자기 화를 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뇌 기능의 변화뿐 아니라 통증, 배고픔, 수면 부족, 변비, 낯선 환경,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를 내는 순간 무조건 제지하거나 꾸짖기보다는 먼저 “무엇이 불편해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일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치매 환자의 행동은 때로 말보다 더 중요한 의사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 그 행동 속에 담긴 불편함과 불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환자와 가족 모두의 돌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일수록 한 번 더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왜 저러실까?’라고 묻기보다 ‘무엇 때문에 저러실까?’라고 질문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건강 한 줄 요약:
치매 환자의 갑작스러운 분노는 단순한 성격 변화가 아니라 불안·통증·혼란·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이 행동으로 표현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할 것입니다.
[전체 인용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보」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노인 약물복용」
중앙치매센터, 「나에게 힘이 되는 치매 가이드북」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치매 가족교육 및 치매안심센터 관련 자료
✍다음 편 예고
시니어 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집 밖으로 나가 배회하는 행동은 왜 생길까?
[인용 출처]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치매정보 및 치매환자 돌봄 관련 자료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치매 관련 건강정보
National Institute on Aging (NIA), Caring for a Person with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Association,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NHS, Dementia – Behaviour changes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어떠한 증상이던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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