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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건강상식

치매 환자가 집 밖에까지 나가 배회하는 행동은 왜 생길까?

노을 누리 2026. 8. 10. 12:57

 

시니어 건강 치매 - 치매 환자가 집 밖에까지 나가 배회하는 행동은 왜 생길까?

 

 

 요즘 SNS에 집에서 가출하여 배회하는 어르신을 찾는다는 실종 신고 문자가 빈번하게 발송되고 있습니다. 이런 실종 신고 문자들을 받아 보노라면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지요. 그 실종 신고를 한 가족들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제 경험담을 말씀 드리자면,  저희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은 뒤 가족들이 가장 긴장했던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평소보다 일찍 옷을 챙겨 입으시더니 현관 앞에서 신발을 찾고 계셨습니다.

“아버지, 어디 가세요?” 제가 물었더니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에 가야지”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퇴직하셨는데도 아버지에게는 그날도 출근해야 하는 날이었던 것이지요.

그때는 집 안에 계셨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만약 현관문을 열고 혼자 나가셨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아찔합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배회입니다. 집 안을 계속 돌아다니는 정도라면 가족이 지켜볼 수 있지만, 어느 순간 현관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집에 계시던 분이 왜 갑자기 밖으로 나가셨을까?” “분명히 집이 어딘지 아셨는데 왜 길을 잃으셨을까?”

가족들은 당황하고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매 환자의 배회는 단순히 ‘산책을 하고 싶어서’ 또는 ‘말을 듣지 않아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지요. 기억력과 판단력, 시간과 장소를 인식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목적을 가지고 집을 나서기도 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어버린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집 밖으로 나가는 배회길을 잃거나 교통사고, 낙상, 저체온·열탈진, 익수 등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의 세심한 관심과 사전 대비가 필요합니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치매 환자의 10명 중 약 6명이 적어도 한 번은 배회하거나 길을 잃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배회는 심각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저도 이 일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배회는 ‘말을 안 듣는 행동’이 아니라 환자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치매 환자는 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인지에 대하여 자료를 통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 알츠하이머협회, 「Wandering and Dementia」]

치매가 진행되면 현재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살아온 집에 있으면서도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거나 과거에 살던 집을 찾아가려고 할 수 있지요.

가족 입장에서는 “여기가 집인데 왜 자꾸 집에 간다고 하실까?” 싶지만, 환자에게는 지금 있는 장소가 정말 낯선 곳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들도 처음에는 그 말을 바로잡아 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가 아버지 집이에요”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럴 때는 현실을 억지로 설명하기보다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라고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환자가 느끼는 불안부터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과거의 직장이나 익숙한 장소를 찾아 나서는 것일까?

[출처: 알츠하이머협회, 「Wandering and Dementia」]

치매 환자가 집을 나서려고 할 때는 나름의 목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과거에 다니던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협회 역시 ‘직장에 가야 한다’는 과거의 의무를 수행하려 하거나 집에 가려고 하는 행동을 배회의 위험 신호 가운데 하나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제 회사 안 다니시잖아요”라고 현실을 바로잡기보다는 “회사에 가려고 하셨군요. 그런데 조금 쉬었다 가시면 어떨까요?”라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이런 상황을 보면 가족들은 자꾸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치매 환자에게는 논리적인 설명보다 불안한 마음을 먼저 달래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불안하고 답답해서 계속 돌아다니는 것일까?

[출처: NHS, 「Coping with dementia behaviour changes」]

치매 환자는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초조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NHS는 치매에서 서성거리거나 배회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으며, 낯선 환경이나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행동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요.

집 안에 사람이 많거나 TV 소리가 지나치게 크고 주변이 복잡한 경우에도 환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고, 이런 불안이 현관 주변을 계속 서성거리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제가 이 부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배회를 막는 것만큼 배회하기 직전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떤 시간에,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있을 때 행동이 심해지는지 기록해 보면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NHS도 행동 변화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일정 기간 행동과 상황을 기록해보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배회하기 전에는 어떤 신호가 나타날까?

[출처: 알츠하이머협회, 「Wandering and Dementia」]

배회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여도 미리 나타나는 행동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평소보다 현관 주변을 자주 서성거리거나 외출용 신발과 외투를 찾고, 열쇠를 챙기거나 “회사에 가야 한다”, “집에 가야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식이지요.

평소보다 산책이나 외출에서 늦게 돌아오거나 익숙한 장소로 가는 길을 잊는 것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협회는 이런 행동들을 배회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들이 ‘배회한 뒤 찾는 방법’보다 ‘배회하기 전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간단한 메모를 남겨두는 것도 좋습니다. “오후 5시쯤 현관을 자주 확인한다”, “저녁 식사 전에 밖에 나가려고 한다”처럼 기록하다 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보일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배회를 막기 위해 가족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출처: 중앙치매센터·경찰청, 실종 예방 서비스 및 사전등록 안내]

배회를 예방한다고 해서 환자를 집 안에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집 안에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낮 동안 적절한 활동과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지요.

현관문에는 가족에게 문이 열렸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경보 장치를 활용할 수 있고, 외출 가능성이 높은 환자라면 배회감지기나 위치 확인 장치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알츠하이머협회도 문 열림 경보장치와 안전한 실내 공간 마련, 규칙적인 활동 등을 배회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배회인식표, 지문 등 사전등록, 배회감지기, 안심귀가팔찌등의 실종예방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서비스는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경찰청은 2026년에도 치매 환자를 실종예방 사전등록 대상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방문이나 안전Dream을 통한 신청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라면 여기까지는 ‘나중에 필요하면 하지’라고 미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실종은 준비가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족이 느끼는 불안과 초기 대응 속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부모님이 집 밖으로 사라졌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리지 않는 것입니다. “조금 있으면 돌아오시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즉시 집 주변과 평소 자주 가던 장소를 확인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요.

과거에 다니던 직장이나 살던 집, 자주 가던 시장이나 산책길 등 환자에게 익숙한 장소를 우선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협회 역시 배회가 발생하면 즉시 수색을 시작하고, 최근 사진과 평소 이동 장소 등을 미리 준비해두라고 안내합니다.

실종이 의심된다면 경찰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찰청은 치매 환자의 실종 예방과 신속한 발견을 위해 사전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관련 문의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182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배회가 심해졌다면 몸 상태도 살펴봐야 합니다

평소 배회하지 않던 환자가 갑자기 심하게 서성거리거나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단순히 치매가 더 심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NHS는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통증이나 변비, 감염 등 건강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심한 혼란이나 의식 변화, 발열, 통증, 환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배회 자체를 막는 것보다 왜 갑자기 행동이 달라졌는지 원인을 확인하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하며

치매 환자가 집 밖으로 나가는 행동을 보면 가족들은 순간적으로 겁이 납니다. 혹시 길을 잃지는 않을까, 교통사고를 당하지는 않을까, 밤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배회는 단순히 말을 듣지 않거나 가족을 힘들게 하려고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자신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잊었거나, 과거의 직장이나 집을 찾아가려 하거나,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불안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이는 행동일 수 있지요.

그래서 가족이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왜 또 나가려고 하세요?”보다 “무엇 때문에 나가려고 하실까?”라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회를 완전히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위험을 줄이는 환경을 만들고, 사전등록과 배회감지기 등 이용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이 현관 앞에서 신발을 찾으시던 그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철렁합니다. 그때 조금 더 일찍 배회에 대해 알고 준비했더라면 가족 모두가 덜 당황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치매 환자의 행동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그 행동에 담긴 이유를 이해하고,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지켜드리는 것​이 가족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편 예고

  시니어 건강 치매 - 

 

[전체 인용 출처]

중앙치매센터, 치매환자 실종예방서비스 및 배회인식표·배회감지기 안내

경찰청, 「실종예방 사전등록」 안내(2026년)

경찰민원24, 「실종예방 사전등록 신청」

Alzheimer's Association, 「Wandering and Dementia」

NHS, 「Coping with dementia behaviour changes」

NHS, 「Symptoms of dementia」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어떠한 증상이던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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